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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고장나서 버리는 것도 일주일은 놔둬야!!!
    컴퓨터수리 2023. 10. 14. 20:34

    얼마 전에 할아버지 손님이 오셨는데, 평소에는 아들이나 사위에게 컴퓨터를 고쳤는데, 다들 생업에 바쁘니깐 불러도 금방 올 수가 없으니, 급한 마음에 동네 컴퓨터 가게에 찾아오셨네요. 컴퓨터 고장 증상은 특별할 건 없고 무선 키보드 불량임, 배터리 교체해 봤는데도 안 돼서 컴퓨터 점검 맡기고 궁금한 거 물어보러 오셨네요. 어르신들은 한 번 오시면 "무엇이든 물어보세요." 찬스라도 쓰듯 계속 물어보시는데, 아무래도 컴퓨터 세대는 아니라서 고장 증상 설명도 스피드 퀴즈처럼 쉽지 않고 뭐 하나 진행하려면 로그인 암호 잊어버리셔서 암호 찾는데, 한 10분 걸립니다. 공인인증서 재발급하려면 은행 한 번 다녀오셔야 합니다. 

     

    무선 키보드 불량도 키보드를 가져오지 않고 컴퓨터만 가져오셨으면, 컴퓨터 가게에서는 정상 작동하니깐 헛 걸음하실 뻔했습니다. 다른 컴퓨터에 무선키보드 리시버를 연결해도 리시버만 인식되고 키보드 장치 인식 안 되는 고장입니다. 흔한 고장은 아니지만 키보드 고장 납니다. 떨어트리고 많이 누르는 마우스 고장이 더 흔한 경우지만 키보드도 고장 납니다. 고장 안 나는 전자 제품이 뭐가 있겠어요. 시간이 걸릴 뿐 다 고장 납니다.

     

    새 무선 키보드 구입하셔서, 어르신 컴퓨터에 연결해서 정상 작동하는지 모든 키 눌러서 확인해 드렸습니다. 고장 난 무선 키보드는 버려달라고 주시길래,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가져가시라고 말씀드렸더니, 기어코 고장 난 키보드 버려 달라고 요청하셔서, 키보드의 들었던 새 배터리는 빼서 돌려드리고 고장 난 키보드는 컴퓨터 매장에 버리고 가셨습니다. 고장 난 키보드는 폐기품이고 컴퓨터 매장에도 쓸 곳이 없어요. 짐입니다.

     

    왠지 고장 난 키보드 다시 찾으러 오실 거 같아서, 고장 난 키보드는 버리지 않고 쪽지 붙여서 구석에 보관했습니다. 아니나 다를까 일주일도 지나기 전에 다시 오셔서 고장 난 키보드 가져가셨습니다. 어르신은 버려달라고 확실하게 요청하셨으니, 아마도 아들의 구박이 있었지 않을까 추측합니다. 키보드가 왜 고장 나냐? 거짓말 아냐? 노인이라고 속이는 거 아니냐? 이런 생각이지 않을까 싶네요. 키보드 불량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니깐, 보통은 그런 경험이 없으니깐 어느 정도는 이해하지만 기분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.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아서 그렇죠. 의심 받으면 좋아라 할 사람 있겠어요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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